독자님들께致讀者們: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郭奎煥입니다.
이제야 편지를 드립니다. 타이베이에서 제 마음에 퍼져 나간 흥분이 조금 진정되면, 차분한 마음으로 여러분께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저는 작은 포구를 끼고 있는 현재 제 거주지로 잘 돌아왔습니다.
您好,各位讀者。我是郭奎煥。
現在才給大家寫信。我希望等到在台北激起的興奮稍微平靜下來後,能以平和的心情向大家問候。我已經安全回到了我現在居住的小港口旁的家。



1. 사과, 그리고 감사 道歉與感謝
여러분께 편지를 드리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여러분에게 사과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좌담회를 계획했을 때 예상했던 참여 인원보다 훨씬 많은 독자님이 좌담회에 오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러분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제 열의가 지나쳤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줄었고, 어쩌면 지루했을 이야기로 여러분의 안온한 저녁을 망친 것 같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이슬비 내리는 타이베이의 밤은 사람을 약간 미치게 한다’는 약간 구차한 변명으로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我想給大家寫信的最大原因,就是想向大家道歉。當我計劃座談會時,聽說參與的讀者比預期的多得多,我過於熱切地想要向大家傳達各種想法。因此,與讀者交流的時間大大減少了,也許我用可能令人感到乏味的話語破壞了大家平靜的夜晚。我為此道歉。請允許我用「台北細雨紛飛的夜晚讓人稍微發瘋」這個有點牽強的藉口來請求大家的諒解。再次向大家表示感謝。
책을 함께 기획하고 제작한 游擊文化出版社,책의 본령을 너무나 훌륭하게 이식해 준 번역가이자 좌담회 통역가 顏思妤,책을 깊이 이해하고 제 용기를 북돋아 줬었던 좌담회 사회자 吳珮如님에게도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좌담회 현장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여러분과 함께 좌담회를 진행할 수 있어서 너무나 기뻤습니다.
我也要再次深深感謝共同策劃和製作這本書的游擊文化出版社,將書的精髓如此出色地移植的翻譯家兼座談會口譯員顏思妤,以及深刻理解這本書並給予我鼓勵的座談會主持人吳珮如。能在座談會現場見到你們,並能與你們一同進行座談會,我感到非常高興。
2. 이해하려는 노력, 그 너머의 용기理解的努力,融化的勇氣
저는 여러분이 참으로 신기합니다. 자기 자신도 이해하기 어려운 이 세상에서, 다른 사람을, 다른 사회를, 다른 지역을, 다른 국가를, 다른 세계를 이해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매번 저를 놀라게 합니다. “나는 너를 알아.” 혹은 “나는 너를 이해해.” 같은 문장은 사실 참으로 용기 있는 말이지요. 우리는 종종 ‘오해’를 ‘이해’로 착각합니다. 단위의 규모와 밀도와 농도를 차치하고, 타자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종종 오해로 귀결되고, 때로 비극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이 세계는 점차 냉담해지는 것 같습니다. 적당한 거리에서 안전한 관계성을 유지하는 정도, 그 미지근한 온도에서 안도하는 것이지요.
我覺得大家都很神奇。在這個連自己都難以理解的世界裡,竟然還有不少人試圖去理解他人、理解其他社會、其他地區、其他國家,甚至整個世界。像「我懂你」或「我理解你」這樣的話語,其實是極具勇氣的表達。我們常常把「誤解」當作「理解」,而不自知。無論規模、密度或濃度如何,試圖理解他人的努力往往以誤解告終,有時甚至會導致悲劇。因此,我們和這個世界似乎變得越來越冷漠,只願意在適當的距離內維持一種安全的關係,在那種溫吞的溫度中尋求安慰。
그래서 저는 좌담회에 참여한 여러분을 보고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아, 용감한 사람이 아직, 그리고 여전히 이렇게나 많다!’ 같은 감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여러분은 한국이나 제 책 말고도 이 세계의 다른 구석구석에도 호기심과 애정 혹은 애증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을 겁니다. 호기심은 종종 실망을, 애정은 종종 배신감을, 애증은 종종 무기력을 선사하지요.
然而,在座談會上見到大家,我感到了一種安慰。「啊,原來還有這麼多勇敢的人!」這就是我當時的感受吧。我想,大家不僅對韓國或我的書感興趣,也對這個世界的其他角落懷有好奇與情感,或許還帶著些許愛恨交織的目光吧。好奇心常常帶來失望,愛往往伴隨著背叛,而愛恨交織則可能讓人感到無力。
사실 이해는 무서운 것입니다. 멀리서 매혹적인 것들은 종종 다가서면 추악하고, 멀리서 다정했던 것들은 종종 다가서면 냉담하고, 멀리서 유혹했던 것들은 다가서면 돌아섭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많지요. 그래서 타자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은 보상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에도 타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용감한 사람들이 있고, 그 사람들로 말미암아 이 엄혹한 세상의 온도가 조금은 올라가고, 그 온기에 힘입어 적지 않은 사람이 다시 살아갑니다. 여러분은 용감한 사람입니다.
其實,「理解」是一件令人畏懼的事情。那些從遠處看來迷人的事物,往往在靠近後變得醜陋;那些從遠處看來溫暖的事物,靠近後卻可能變得冷漠;那些從遠處看來充滿誘惑的事物,靠近後可能會轉身離去。當然,也有相反的情況。但正因如此,試圖理解他人的努力,很多時候是得不到回報的。然而,即便如此,仍然有勇敢的人願意嘗試去理解他人。正因為有這些人存在,這個嚴酷世界的溫度才得以稍稍提升,而這些溫暖又能讓不少人重新找到活下去的力量。您們,就是這樣勇敢的人。
이에 제가 좋아하는 한 소설가의 표현을 빌려 여러분을 향한 저의 ‘예찬’을 갈음합니다.
因此,我借用一位我非常喜愛的小說家的表達,以此向大家致上我的「讚頌」:
나는 다른 사람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에 회의적이다. 우리는 대부분 다른 사람을 오해한다. 네 마음을 내가 알아,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네가 하는 말의 뜻도 모른다, 라고 말해야만 한다.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인간의 이런 한계를 발견할 때다. 우린 노력하지 않는 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세상에 사랑이라는 게 존재한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 노력하는 이 행위 자체가 우리 인생을 살아볼 만한 값어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쉽게 위로하지 않는 대신 쉽게 절망하지 않는 것, 그게 핵심이다.
김연수, 『소설가의 일』 p.261-262
我對於理解他人這件事是否可能持懷疑態度。我們大多數時候只是誤解了他人。我們不應該說「我懂你的心」,而應該說「我甚至不懂你話中的意思」。當我發現人類有這樣的局限時,我反而感到一絲希望。若我們不努力,就無法理解彼此。然而,這樣的世界中卻存在著所謂的愛。而為了他人付出努力的這個行為本身,讓我們的人生變得值得一活。因此,不要輕易地安慰,也不要輕易地絕望,這才是關鍵所在。
——金衍洙,《小說家的日常》,第261-262頁
3. 다시, 편지 쓰기의 시간으로 再次回到書寫信件的時光
최근 몇 년 내면의 동굴에 똬리를 틀고 처박힌 상태로 혼자 중얼거리며 살던 저에게 2월 6일 타이베이의 밤은 참 따뜻했습니다. 좌담회와 늦은 저녁 식사를 끝내고 이슬비를 맞으면서 숙소로 걸어갔는데요, 그 이슬비가 마치 온수처럼 느껴졌습니다. 흠뻑 젖은 채 숙소로 돌아와 다시 편지를 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다시 편지를 쓰려고 합니다. 동굴 속에서 중얼거렸던 마음의 방향과 사유의 내용을 써보려 합니다. 거기에는 여러분을 향한 편지가 적지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 여러분에게 수신될 제 편지를 읽어주세요. 그 편지에는 2월 6일 밤, 여러분과 저의 만남이 녹아 있을 겁니다.
過去幾年,我彷彿蜷縮在內心深處的一個洞穴裡,自言自語地過著日子。而2025年2月6日那個台北之夜,對我而言格外溫暖。在結束座談會和晚餐後,我冒著細雨走回住宿,那雨水竟然讓我感到像溫泉水般舒適。我全身濕透地回到住宿時,下定決心要重新開始寫信。是的,我打算再次提筆寫信,把我在洞穴中喃喃自語時所思考的一切記錄下來。其中,也會有不少是寫給大家的信。希望某一天,大家能讀到那些寄給您的信件。在那些信裡,一定會融入2月6日那個夜晚,我與大家相遇時的一切。
여러분, 여러분의 매 순간에 더 많은 감각이 함께 하기를, 하나의 순간에 몇 개의 찰나가 스며들기를, 그래서 여러분의 삶이 이 세계의 혼탁함 앞에서도 아름답게 당당하기를, 저 역시 그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願大家每一刻都充滿更多感官體驗,每一瞬間都能蘊藏多重片刻;願您的活著,即使面對這世界的不堪,也依然美麗且充滿尊嚴;也願我自己能如此。
期待再次與大家見!
路上大心!
2025.2.13.
곽규환郭奎煥 드림.
PS.
1. 독자님들께 드라마 한 편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특히 올해 6월로 예정된 ‘《翻轉首爾》實地解說導覽’에 참여하시는 독자분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드라마 제목은 <나의 아저씨My Mister>(2018)입니다. 이 드라마는 특정한 형상(미화 혹은 그 반대)을 예정하지 않고, 그저 서울의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묘사합니다. 드라마는 연대감, 상처, 사랑, 믿음, 배신, 분투, 고민, 회복, 수모, 희망 같은 감정들, 즉 우리가 살아가며 시시각각 느끼고 만지는 순간들을 새겨 놓았습니다. 이 드라마의 OST 중 하나인 <Dear Moon>도 가수 IU가 부른 버전으로 추천합니다. 서울이든, 타이베이든, 부산이든, 가오슝이든, 저마다의 도시에서 저마다의 서사 속에서 저마다의 개인이 서로와 함께 살아간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는 드라마입니다.
1. 我想向讀者推薦一部電視劇,尤其是計劃參加今年6月《翻轉首爾》實地導覽活動的讀者朋友們。我強烈推薦《我的大叔》(2018)。 這部電視劇沒有特定形象(美化或相反), 而是描繪了生活在首爾日常活著的人們。他們經歷著連結、傷痛、愛情、信任、背叛、奮鬥、掙扎、恢復、屈辱與希望等情感——也就是我們每一天都可能觸碰到的人生片段。我特別推薦IU演唱的OST《Dear Moon》。不論是在首爾、台北、釜山還是高雄,每座城市裡的人,都在自己的故事裡與彼此共存,而這部劇正是如此動人的詮釋。
2. 그리고 제 작업실 책상 사진을 몇 장 보냅니다. 원래 작업실 전체 사진을 보내려고 했는데 너무 엉망이라서 차마 그것만은 보낼 수 없습니다. 여러분께 보여드리려고 정리하고 청소하는 건 너무 가식적인 것 같고요. 하루 1시간에서 3시간 남짓한 시간, 저는 육아도우미와 백수에서 ‘문장과 씨름하면서 읽고 쓰는 사람’으로 잠깐 변신합니다.
2. 此外,我附上了幾張我的工作桌照片。本來想拍整個工作室,但實在太凌亂了,不忍心分享。我覺得為了拍照特意整理清掃似乎太過矯飾。目前每天大概只有1到3小時左右,我能從「育兒幫手」和「無業遊民」短暫變身為「與文字搏鬥的人」。
3. 제 중국어 글씨, 알아보기 힘들지요? 제가 원체 악필입니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세요. 전 중국어만 못 쓰는 게 아니라 모든 언어의 영역에서 상당한 악필입니다. 그 중 가장 악필인 언어는 바로 한국어입니다. 감사합니다.
3. 我的中文書寫是不是很難辨認?其實我是天生字跡潦草的人。不僅中文如此,我用任何語言書寫都差不多是一場災難。其中最差的語言就是韓語文字。所以請不要誤會,不是只有中文如此。謝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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